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문득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기사를 하나 봤다. 검찰이 ‘관봉권 띠지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상설특검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일었지만,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사이버 명예훼손의 증명 기준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포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형법상 명예훼손과 달리 사이버 명예훼손은 ‘공연성’ 요건이 더 폭넓게 인정되고, 특히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할 정도로 무겁다. 하지만 실제로 수사기관에서 이 죄를 적용하려면 ‘허위성’과 ‘인식’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2023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고소 건수는 연간 2만 건을 넘지만, 기소율은 30% 미만에 그친다. 이는 증명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내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한 고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가게에 대한 악의적인 후기를 남긴 것이다. 내용은 완전히 거짓이었지만, 그 사람은 ‘내가 겪은 대로 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국 ‘허위성 입증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났다. 당시에는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검찰의 불기소 결정도 나름의 기준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기준은 단순히 증거 부족이 아니라, ‘고의적 허위 인식’을 입증할 명확한 정황이 없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 고객이 동일한 내용을 여러 커뮤니티에 반복 게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망하게 하려고 일부러 썼다’고 말한 녹취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뉴스를 다시 보니, ‘관봉권 띠지 의혹’도 결국 증명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의혹은 그 특성상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검찰이 불기소한 이유는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주장하는 ‘허위사실’이 실제로 허위인지, 그리고 가해자가 그 허위성을 인식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관봉권 띠지 의혹’의 경우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들이 상호 모순되거나 신빙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서 흔히 발생하는 ‘증거의 증명력 부족’ 문제와 유사하다.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수집이다. 댓글이나 게시글은 가능한 한 캡처하고, 유포 범위와 시점을 기록해야 한다. 특히 가해자가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유포했다는 점을 입증할 정황 증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피해자와 개인적 원한 관계에 있거나,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게시한 경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서 승소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악의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2022년 서울중앙지법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원고와의 과거 갈등을 언급하며 ‘복수하려고 썼다’는 메시지가 결정적 증거로 인정되어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반대로, 자신이 올린 글로 인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사실이라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진실한 사실’이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악플이나 비방은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유명 연예인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이나 허위 루머는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 2023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진실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사생활에 관한 것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명시했다.
최근에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도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배우 김수현 씨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김세의 씨가 구속 송치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수현 씨는 수사기관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명인은 일반인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고, 법도 이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편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김세의 씨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도 반복적으로 유포한 점을 중시해 구속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허위성 인식’ 입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한편, 사이버 명예훼손의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도 있다. 현재 법정 최고 형량이 7년으로, 일부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피해자들은 처벌이 약해 재발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202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자 중 60%가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법의 집행과 인식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불기소 처분이 나는 사건 중 상당수는 증거 불충분 외에도 ‘공익성’이나 ‘진실성’이 인정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공인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개진은 명예훼손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실 사이버 명예훼손은 단순히 법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대화 문화와도 연결된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비방하는 행위는 건전한 토론을 해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이 법의 한계이자 현실이다. 증명이 어려운 사건은 결국 불기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법이 무력해서라기보다,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확정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내 의견’이라고 주장하면 허위성 입증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온라인에서 글을 쓸 때는 항상 ‘이 내용이 사실인가’, ‘공익을 위한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둘째,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버범죄 피해 지원 센터나 법률 구조 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AI 기반의 증거 분석 도구도 등장해, 허위사실 유포 패턴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IP에서 유사한 내용이 반복 게시된 경우 악의성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법은 완벽하지 않다. 검찰의 판단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피해자의 억울함이 외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법이 변화해야 할 지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이버 명예훼손의 증명 기준을 완화하거나, 피해자 구제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이번 ‘관봉권 띠지 의혹’ 불기소 결정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일수록 우리 각자의 윤리의식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명예훼손 문제는 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